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아마도 발더스게이트 > 아이스윈드데일에 이어진 블랙아일 스튜디오의 AD&D (플레인스케이프 캠페인) 게임이었던 듯. 무려 내가 1학년이었던 99년에 나왔으니 기억이 가물거릴 만도-ㅅ-; 어쨌거나 나오기 전부터 엄청 기대를 모았었던 기억이 나고, 실망시키지 않았었지.
사실 나왔을 때 바로 플레이해본 건 아니고, 모 게임웹진 회사에서 정품 씨디를 삥땅치면서 손댔으나 엔딩 보는 데는 2년 쯤 걸린 듯-ㅅ-; 마치 집합과 명제만 새까만 정석책처럼, 게임도 시작 부분만 몇번이고 하다가 다시 시작하는 경향이 있어서-_-; 물론 깔았다 지웠다도 몇번이나 반복.
자자, 각설하고, 이 게임이 하필 "계절학기특선게임"인 이유는, 4시에 수업 끝나고 집에 와서 하루에 3시간씩 계절학기 3주간 플레이하면 딱 플레이타임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지. 흐흐. (또는 무박 3일에 가능)
장점이라면, 물론 블랙아일 AD&D가 원래 그렇지만, 자유도를 꼽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이건 토먼트만의 장점은 아니니까, 토먼트만의 장점을 꼽자면,
첫째, 어마어마한 대사량. 블랙아일 AD&D 어떤 시리즈보다도 대사가 많다는군. 대화시 선택지가 엄청나게 다양하다. 난 어떤 롤플레잉을 해도 쌈하기가 싫어서 머리좋은 캐릭터 만들어서 대화로 풀어나가는 쪽을 택하는데, 무식하고 쌈 잘하는 캐릭터를 만들면 또 다른 선택지를 볼 수 있을 듯.
두번째, 음울하면서도 뭔가 신비롭달까한 배경과 설정, 그리고 뭔가 생각하게 만드는 스토리. 특히 주인공이 죽지 않고 끝없이 부활한다는 설정은 아예 죽을 수 없는 슈퍼맨식 롤플레잉, 또는 죽으면 로드해서 다시 해야되는 롤플레잉과는 틀리다. 죽는 것도 스토리의 일부니까, 최근 세이브파일이 없다고 걱정할 필요 없이 부담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또 개인적으로 겜하거나 영화보거나 하면서 주제의식을 민감하게 느끼거나 또는 찾으려 노력하는 스타일이 절대 아닌데, 이 겜을 하다보니 뭔가 생각하게 돼서 흥미로웠어.
세번째, 번역이 엄청나게 잘 돼있다. 정말 한글화된 게임 중에 이 정도 수준의 것을 본 적이 없다. AD&D 룰 잘 아는 TRPG 팬이 직접 번역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일까. 암튼, 발더스게이트의 경우 진짜 최악이어서 대사량이 아무리 부담스러워도 차라리 영어로 하는 게 편했는데 (발더스게이트는 정말 극악이었고, 사실 대부분의 한글화 게임이 차라리 영어로 하는 게 나은 수준이다), 토먼트는 일단 영문판+패치 형태로 나와서 영문판으로 플레이할 기회를 주는 것도 마음에 들지만, 한글판으로 해도 거의 위화감이 없더라. 조연들이 반복하는 대사가 남자, 여자 말투에 차이가 없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영어 원문이 원래 말투에 차이가 없으니 기술적인 한계가 있겠지.
자자, 암튼 토먼트 정말 대단하다. 전에 별점 줄 때 겜을 하면서 밤을 새게 되면 만점을 줬는데 그런 면에서 만점!
